가전이나 가구를 살 때 자주 마주치는 선택입니다. 한쪽은 나눠 내게 해 주고, 한쪽은 깎아 줍니다. 숫자로 비교하면 기준이 분명해집니다.
무이자 할부가 이득인 이유는 수수료가 0원이라서만이 아닙니다. 돈을 나중에 낸다는 것 자체에 값어치가 있습니다. 물가가 오르면 같은 100만 원의 구매력이 떨어지고, 그 돈을 예금이나 투자로 굴렸다면 수익이 생겼을 테니까요.
그래서 12개월에 걸쳐 나눠 낸 100만 원은 오늘 한 번에 낸 100만 원보다 실질적으로 적은 돈입니다. 이 차이를 계산하려면 미래에 낼 금액을 오늘 가치로 되돌려야 합니다.
100만 원짜리 물건을 12개월 무이자로 산다고 하겠습니다. 매달 83,333원씩 냅니다. 그 돈을 연 3%로 굴릴 수 있다고 보면, 12번에 나눠 낸 돈의 오늘 가치는 986,398원입니다.
즉 이 조건에서 12개월 무이자는 1.36% 할인받은 것과 같습니다.
일시불 할인율이 1.36%를 넘으면 일시불이, 그보다 낮으면 무이자 할부가 이득입니다.
흔히 보는 일시불 5% 할인이라면 일시불이 유리합니다. 5%는 5만 원인데, 12개월 무이자의 가치는 1만 4천 원 남짓이니까요. 반대로 "카드 청구 할인 1%" 정도라면 무이자 할부 쪽이 낫습니다.
손익분기점은 두 가지에 따라 움직입니다.
참고로 물가만 놓고 보면,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최근 10년(2015~2024) 연평균 상승률은 2.0%입니다. 굴릴 곳이 마땅치 않더라도 최소한 이 정도는 돈값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.
여기까지는 무이자 할부 얘기입니다. 수수료가 붙는 일반 할부라면 물가로 덜어지는 것보다 수수료가 훨씬 큽니다.
앞서 본 120만 원 6개월 사례에서 수수료는 53,550원이었습니다. 물가 2.0%로 환산해 덜어지는 값을 감안해도 실질 부담은 46,344원이 남습니다. 반면 같은 조건이 전액 무이자라면 실질 부담은 마이너스 6,969원, 즉 나눠 내는 쪽이 이득입니다.
정리하면 이렇습니다. 무이자면 나눠 내는 게 유리하고, 수수료가 붙으면 당겨 갚는 게 유리합니다. 일시불 할인은 그 할인율이 무이자의 가치를 넘는지만 보면 됩니다.